2009년 06월 29일
"Are you ready?" 와 이기적인 여자들
바르셀로나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보딩을 기다리며 대기실에 주저앉았다. 비행기 멀미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비행기 타는 거 많이 저주하는 이유가, 그런 식의 시간낭비가 많다는 거다. 체크인 일찍 해야 하고, 요즘 왕창 심해진 시큐어리티 체크하고, 라운지에서 왔다갔다 시간 죽이다가 보딩 게이트로 가서 또 시간 죽여야 한다. 어쨌든 놓칠뻔한 뱅기 보딩패스 받았으니 맘놓고 게이트 앞 의자에 푹 늘어졌을 때였다. 옆에 앉아있던 신랑이 내 팔을 쿡쿡 찌르며 물었다.
"저 여자 봤어? 저거 어떻게 생각해?"
보통 '이런 이런 케이스에서 이러는 거 어떻게 생각해?'는 내가 늘 묻는 질문인데, 신랑도 꽤나 지루했나 보다.
"뭘 봐?"
"저 여자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기다려준 남친한테 Are you ready 라고 묻더라. 엄청 뻔뻔하지 않냐?"
"응? 뻔뻔? 왜?"
"못됐잖아. 기다려준 사람은 남잔데 지가 화장실에서 나왔으면서 왜 상대방한테 갈 준비 됐냐고 물어? 안하무인이야."
"그, 그래?"
"너라면 뭐라고 말하겠어?"
"글쎄. 가자 정도?"
"그봐. 넌 안 그러잖아."
"나야 좀 비정상이잖소."
자. 여기서 잠시 설명해야 할 것이 있는데, 내가 둔해서 잘 몰라서 그렇지 신랑은 성격적 결함이 많은 사람이다. 무지 순하게 생긴 얼굴을 해가지고 가리는 것도 많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이 인간이 특히나 싫어하는 타입이, 이쁜 외모 믿고 못돼게 구는 여자이다. (난 안 이뻐서 못됐게 굴면 그냥 성격 나쁜 거라 괜찮다 =_) 몇 달 전 비즈니스 뱅킹 계좌 오픈하러 갔을 때였다. 담당 여자는 터질듯 빵빵한 가슴을 가까스로 가리는 유니폼을 입은 예쁜 여자였는데 몇 마디 나눠보더니 재섭다고 나와 버렸다. 그러니까 미모나 성적 매력을 남자에게 무기로 휘두르는 여자에 대한, 거의 병적인 혐오가 있다. 그러므로 이 상황에서 신랑은 화장실에서 나온 여자가 지 좀 이쁘다는 것을 핑계로 남친을 종부리듯 하는, 아주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여자로 본 거다.
그렇지만 난 솔직히 전혀 아니라고 본 것이 -_-a;;
그 여자의 말투는 전혀 못됐지 않았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랬다. '나 나왔으니까 가자'라는 말을 해야 하는데, '가자'라고 하면 좀 명령조이다. '나 이제 가도 돼' 하는 것 역시 좀 직접적이다. 그에 비해 'Are you ready'는 '네가 괜찮다면 우리 이제 가도 돼'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 같음 바로 '가자'라고 한다. 그러나 난 내가 그러는 것이 내 성격적 단점이라고 늘 느낀다. 여자들 그룹에서 자기 뜻을 확실히 밝혀버리면 다른 사람들은 싫더라도 동의해야 하는 압력을 좀 더 느끼기 때문에,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알아본 다음에 조심스럽게 자기의 의견을 내놓는 그런 배려내지 에티켓이 있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내가 한참 지나서야 배운 것이 '뭐 먹으러 갈까?' 할 때 먼저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뭐 먹고 싶은지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좀 있어야 하는 데 난 거의 반사적으로 내가 먹고 싶은 거 확 내뱉곤 했다. (신랑에게는 아직도 그런다.) 지금은 최소한 '조금 더 신경쓰기 모드'로 전환해 두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 뱉기 전에 잠깐 멈춘다. 다른 이의 의견에 반대하는 걸 나 자신은 아무 생각 없이 쉽게 해버리지만 다른 여자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거 배워서이다.
끝까지 신랑은 항복안하고 버텼다 (<= 이것도 나쁜 성격이다 ㅎㅎ). 난 그런 뜻 아닐 거라고 같이 뻗대었다. 신랑은 '너 그런 거 잘 모르잖아 ㅡ.ㅡ' 하고 치사한 한 방을 날렸다. '그래도 같은 여잔데 너보단 잘 알아'라고 반박했다. 신랑은 코웃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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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은 어케 생각하시나요. 남자가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여자는 화장실에서 10분 정도 있다가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남자에게 'Are you ready?' 라고 묻습니다. 이 상황은 어떤 기분인가요?
# by | 2009/06/29 06:38 | Misc | 트랙백(1) | 덧글(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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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가도 될까요?
"Are you ready?" 와 이기적인 여자들 내 경우는... 어떻게 하더라...보통은 둘 다 화장실을 가거나, 아니면 한쪽만 가거나...한쪽만 가는 경우, 화장실 갔다와서... 내 경우는 '자 갑시다'(...) 이고 대마법사님(<-아 이 호칭 뭔가 대체할 만한 게 없을까나...)은 그냥 웃으면서 말 없이 가자고 손 잡아 끌거나... '기다렸어요?'라고 하... 던가? 'ㅂ';이 둘만 비교하면 내 대답이 좀 더 이기적으로 보이긴 한다.......more
연이님 말씀하신 대로 전 이해를 했는데, 역시 공돌이라 그냥 곧이곧대로 듣고 시비 거는 것 같았어요 ㅡㅡ; 선입견 + 고지식함이랄까요.
그, 그런데 왜 영국 사람들 싫어하세요잉~
아무 말 없이 그냥 합류하는 것 같군요.
지금 가도 될까? 정도로 느껴지긴한데.. 양파님의 투닥투닥 내용을 읽고 다는 댓글이라 확실하다곤 말씀드리기 힘들 것 같아요~
인사치레가 있고 없고의 문제랄까..
하지만 음.. 가까운 사이면 또 인사치레는 잘 빠지니까요. (고맙다 미안하다 소리는 특히)
그만큼 서로 믿는 사이니까 여자가 인사치레 빼고 얘기를 한 거 같기도 하고. 'ㅅ'
아니면 남자가 기다려주는 거에 익숙해서 당연히 인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ㅅ' 엄..
근데 어지간히 지루하셨나봐요 두 분.. -ㅂ-
안그래도 신랑이 저런 거 보면 상당히 심심했던게죠 ㅎㅎ
"Are you ready?" 정도면 준수한거 아닌가요? 움찔. 저같아도 저럴꺼 같은데.... 싸가지 없어보일 수 있다니. 음....-ㅅ- 그참.
게다가 이쁜여자라면 더더욱이요.
이쁜여자들은요 커가면서 자신이 이쁘다는 사실을 몸소 느껴버리거든요. 저도 그런건 별로 안좋아해서. ㅎㅎ
그냥 이쁜여자가 있고 자신이 이쁘다는걸 잘 알고있는 이쁜여자도 있는법이죠.
신랑은 자기가 이쁘다는 걸 아는 여자는 미워하지 않아요. 이렇게 이쁜 내가 널 상대해주는데, 어느 정도 대접해줘야 하는 거 아냐? 하는 걸 극도로 증오;;
Are you ready 자체에 대한 반감은 없지만 영어의 뉘앙스는 아직 힘들기 때문에 만약 여자 화장실 앞에서 한참이나 기다려서 지친 상태에서 Are you ready? 소리 들으면 겉으로는 말 안하겠지만 그날 밤 일기장에다가는 잊지 않고 꼭 적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Are you ready 자체보다는 '오랜 시간 나를 기다리게 했다'는 것에 대한 섭섭함이 더 크겠지요.
결론은, 저는 Are you ready 보다는 배시시 웃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
전 솔직히 실제 뜻과는 전혀 상관 없는, '가자'를 훨씬 더 친근하게 순화시킨 표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 그대로 보면 좀 황당하긴 하지요. 흠. 역시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군요 +_+
(웬지 양파님이 지셨을 거 같은 느낌)
여자분이 보통 상태에서 할 수 있을 거 같은 발언 같아요. (저는 양파님 편)
저희는 '가자'라는 말을 할 때 '밤' 혹은 '밤밤' 거립니다.;; 이게.. 스페인어로 vamonos 거리다가 그걸 더 줄여버린 건데 아예 입에 붙었어요.
그치만 생각해보면 그 전에 '미안 기다렸지?'같은 인사치례정도는 있었으면 저런 오해를 받진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이건 영어권 문화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남자와 여자 어법의 차이라고 느껴졌어요.
하긴. 남편분 생각대로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일단 전 양파님과 같은 생각
음. 신랑은 좀 말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런 걸까요?사실 전 제가 그런 성향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화장실 다녀오면 무작정 왕자님한테 안겨서 부비부비
(미안해!!! 으으으 오래걸렸지이 >_< ) 이러는 수준이라..-_-;
아.. 준비됬어? 가자- 뭐 안해봐서..;;음..구...궁금한데요;; 어떨지;;
짧았으면 "가자!"
뭐 그런 것 같아요;;
이쁜얼굴 무기로 삼는건 저도 상당히 싫어하긴 하는데 ^^;
저 상황-10분 정도 기다리게 함-이면 전 그냥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웃음 정도일 거 같은데요. 금방 나온 거면 인사 생략.
저도 지 외모 잘난 거 가지고 무기삼은 남녀는 아주 재수없어 하는 스타일~ 이쁘니까 용서된다 이런 거 상당히 싫어해요. 이쁜 건 제 판단과 감정에 전혀 영향이 없어서요. 제가 아무리 좋아하는 외모라고 해도 '싸가지'없는 XX들은 싫어요.
저 상황에서 are you ready?는 i'm ready와 같은 뜻으로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오히려 직접적으로 'i'm ready'라는 표현은 굳이 따지자면 상대방의 상태에 상관없이 난 준비가 되었으니 어여 가자가 되고, 'are you ready?'는 난 준비 다 되었는데 이제 가도 괜찮겠니? 라는 의미로 좀더 배려깊은 표현으로 봅니다.
당연히 친구나 연인끼리는 사실 아무렇게나 말해도 상관없죠. 일상적으로도 사실 큰 차이는 없는 표현입니다만 그걸 굳이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신랑 분께서 그 말을 직역하시고 우리나라 문화권으로 이해를 하셔서 좀 오해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
사족을 붙이자면, 위에 어떤 분이 미안해~ 오래 걸렸지! 라고 하신다고 하셨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표현이지만 서양 애들은 저렇게 말하면 '이 사람이 대체 무엇 때문에 미안해한다는거지?'라고 생각하거나, '그다지 미안할 일도 아닌데 좀 오버하는군'이라고 생각할 소지가 있습니다. (물론 화장실 앞에서 30분~1시간 이상 기다리면 얘기는 틀려지겠지만요) 이것 역시 문화의 차이겠지요.
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말을 곧이 곧대로 듣기 보다는 아 그냥 이런 거구나 하고 넘어갔고, 그에 비해 신랑은 '앞뒤가 안 맞는다'가 불만인 거죠. 언뜻 사고방식이 비슷한듯 하면서도 그럴 땐 또 다른게 신기해요 ^^
By the way, it is funny to say sorry for waiting in front of Bathroom.
Nature call should be unlimited excuse, then why so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