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과 개발자 논쟁

짜장면과 개발자

비유의 최대 단점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비유라는 데에 있다.

저 짜장면과 개발자 이야기를 듣고 나도 좀 화락 열이 올랐었는데, 다른 식으로 설명하면 또 말이 된다.

- 검색 기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런 이런 검색 스크린을 만들면 된다고, 프로토타입 화면까지 만들어 넘겼다. 그런데 만들어진 검색 기능을 쓰려고 보니까 '아주 정확한 단어'를 넣어야 검색이 된다. 그러니까 '새퍼 양파의 런던 일기'라고 띄어쓰기까지 맞춰야 검색이 되는 거다. 그냥 '새퍼 양파', 혹은 '양파 런던' 요렇게 넣으면 검색 안 된다.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니까, 오리지널 스펙에 없었던 거라고 빡빡 우긴다. (양파는 고객편)

- 전자 상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대강 이런 거 파는 사이트였으면 좋겠다고 제품 카탈로그를 넘겼다. 만든 거 보니까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좀 불편한 거 같다. 다시 디자인해 달라고 하니까 지랄발광한다. (양파는 개발자편)

-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 사이트에 블로그 서비스를 달아달라고 했다. 개발자는 기존 블로그 툴을 하나 구해서 깔아줬다. 그런데 보니까 사실 내가 원했던 건, 내 사이트에 오는 사람들이 다 각자의 블로그를 열 수 있고 서로 글도 스크랩 할 수 있고 이글루스 처럼 밸리도 있는 거였다. 그거 해 달라고 하니까 어려운 말만 늘어놓다가 돈 엄청 더 내놓으라고 한다. 아니 그거 조금 고치는 데 뭐가 그리 돈이 많이 드냐. (양파는 개발자편)

- 다 만들어진 사이트 둘러보다 보니 마무리가 안 된 부분이 눈에 띈다. 작은 이미지를 너무 키웠다던지, 줄이 안 맞는다던지, 철자가 틀렸다던지, 이미지 비율이 안 맞아 짜부라져 보인다든지 등등. 그런데 그거 고쳐달라고 하니까 건수당 청구하겠단다. (양파는 고객편)

이 외에도 예시는 몇백개라도 들 수 있다. 각각 케이스에서 볼 수 있듯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요구가 있고, 당연한 요구가 있고, 말도 안 되는 요구가 있다. 그러나 '짜장면 시켰으면 단무지는 넣는 건 기본 센스지' == '개발자들이 알아서 챙겨야지' 라고 대입시키면, 모든 요구는 정당하지만 그를 듣지 않는 사람은 괜히 뻗대는 것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개발일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이명박보다 더 혐오하는 단어가 스코프 크립 (요구사항 변경)인데, 예민할 수 밖에 없지. 내가 매번 피터지게 외치는 말이 '말 안 했는데 어케 알아'인 거 잘 아시리라 믿는다. 일상 생활에도 그런데, 돈이 걸린 요구사항에서야 두 말 할 것도 없다. '알아서 넣었어야지'라고 말하면 PM 아가리를 박살낸다. 그렇지만 솔직히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철자를 확인한다던지 -_-;;; 최소한 요구한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는 걸 확인하고 넘긴다던지, XP/IE 가 깔린 내 컴에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컴에서도 돌아간다는 걸 체크한다던지, 좀 심하게 말이 안 된다 싶으면 고객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한 다음에 한다던지 등등. 이것까지 안 해놓고도 요구사항 변경이 어쩌고 하면 개발자가 한 대 맞아야지.

결론: 니오님 쓰신 글이 틀린 말은 아닌데, 읽는 사람 입장에선 무지하게 예민한 '요구사항 변경'으로 읽혀져 불편했다. 그렇지만 니오님이 말씀하시려고 했던 케이스는 그게 아닌 듯. (요구사항 변경에 관한 말이었다면 미워할겨.)


by 양파 | 2009/06/26 18:55 | work - IT | 트랙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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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천사가 없는 밤 at 2009/06/27 00:32

제목 : 짜장면과 개발자.
짜장면과 개발자 논쟁 일단 '난 단지 맛있는 짜장면이 먹고 싶었을 뿐인데...' 라는 관점에서는 개발자는 할 말이 없는거고,'단무지는 기본 아니야?'라는 소리가 나올땐 PM을 족쳐야 하는거지만,군만두 소리 꺼내는 시점이면 고객이 나쁜놈이 아닐까.UX에 대한 예시로 군만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PM이 군만두를 제공하는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 하지만 고객이 짜장면 한 그릇 시켜놓고 군만두 서비스를 바라는 건 도둑 심보 아......more

Commented by 破滅のani君 at 2009/06/26 19:08
ㅜㅡㅜ...
Commented by 마르슬랭 at 2009/06/26 19:12
아아아악!! 요구사항 변경!!!!! 죽여버리겠어!!!!!!!!!!<--이런달까...ㅡ.ㅜ
Commented by Mannoya at 2009/06/26 19:24
식당에서 음식 시킬때 알러지가 있거나 요구사항이 있는건 신경 써서 한번 더 확인하고 (이게 포함되는가요 하고 물어보고) 빼고 더해야지요. 김치찌게 하나를 끓여도 물을 붓든 육수를 붓든...고기를 넣든 말든..끓이고 나면 김치찌게이긴 하거든요. 밥 한끼보다 더 비싸고 내가 잘 모르는 전문적인 영역을 맡길 때는 상세하게 요구사항을 제시하는게 서로 편하다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Mannoya at 2009/06/26 19:26
이게 간단한거 같아도 아이템에 따라서는 관계된 코드를 다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걸로 아는데 맞죠?
Commented by ymir at 2009/06/26 19:50
훗....이쪽 개발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カスタマーは水と仕様変更はタダだと思うからな…。
(=고객은 물하고 사양 변경은 공짜인줄 알지...)

.........어....왜 내가 써놓고 내 눈에서 육수가....
Commented by Zombi_Wolf at 2009/06/26 20:13
담당자랑 회의 끝나고, 계획 잡아서 프로트타입 제출했더니 보스가 '이건 맘에 안드는데'라고 해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 적 있죠.
그렇다고 무조건 계약서부터 쓰고 시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ㅠ_ㅠ
Commented by ~_~ at 2009/06/26 20:24
열받아서 거기다 리플 달았습니다.
Commented by 게드 at 2009/06/26 20:58
요구사항에서 모자란거 찍어서 더 고려해오셈하고 반려했더니.. 없어도 된다고 개발하자고 우겨서..

막상해주고 나니 예전에 그거 다시 해주세요..

....
Commented by cc at 2009/06/26 21:04
괜히 을입니까

아이티 하는 게 병신이죠...
Commented by ymir at 2009/06/26 21:19
근데 개발자 입장에서....다 완성된 프로젝트에서 '이거 조금만 바꿔줘요'하는 문제는 자칫 그 '이거'가 큰 가지에 관여되는 문제일 경우, 다 그려놓은 모나리자 그림을 보고서 "음 나쁘지는 않은데 왼쪽으로 조금만 고개 돌려줘요" 급의 요구라는 거죠.......
말하는 사람은 절대 쉽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비극.(.....)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9/06/27 23:32
오오 멋진 비유군요. 얼핏 들으면 간단한 부탁인거같은데 실재로는 말도않되는 요구사항.
Commented by highseek at 2009/06/26 22:12
....멀티 플랫폼 체크하고 (웹일 경우)크로스 브라우징 확인해보고 입력값 에러처리 잘 되는지 테스트해보고 이런거야 당연한데 애초에 말 안한 기능이 왜 없냐고 따지면 뼈와살을 분리해주마..(..)

......뭐 이런 얘기죠. -_-
Commented by 소마 at 2009/06/26 23:26
본문와 리플을 읽고 눈에서 육수가..
Commented by ... at 2009/06/27 00:53
요구분석단계도 없고.. UML 설계도 없고....
개발이 되긴하나요?
Commented by hs at 2009/06/27 13:43
글쓴이가 개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컨설턴트...... -_-;;; 이러니 국내IT가 잘될리나 있나...
Commented by fm100 at 2009/06/27 14:59
글쓴이가 개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맞는거 같습니다.
뭐 경력 10년 넘은 디렉터라지만 경력이 모든걸 말해주지는 않죠.
쌩 신입이 경력자보다 못할 가능성은 높지만,
경력이 오래됐다고 그에 비례해서 잘하란 법은 없으니까요.
문제는 원 글쓴이가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가 별로 없어보인다는데 있는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린루 at 2009/06/29 08:35
실상은... 최대 문제가 되는건....요구사항 변경이나 터무니 없는 요구사항이 아니라.

매번.. 요구사항에 대한 디자인 문서 하나 내놓지 않는 개발이라는겁니다.(린루는 QA편;;)
문서 하나 정성들여 만든다음에 다같이 informal review, Technical review, walkthrough나 inspection등 아주 다양한 리뷰 단계를 다 생략하고.. 그냥 요구사항 고객꺼 한줄 읽고 아무 기록도 안남기고 그냥 구현해버리니까 문제입니다;;; 고객도 제품 개발의 일환을 맡고 있기때문에 리뷰에 참여 시켜야 합니다.. 이게 더 중요하죠;;

그 문서 하나 만들고.. 한줄 고치는게 뭐 대수라고 말이죠... 개발자들 문서 만들기 혐오를 어떻게 고쳐야할지 고심입니다;;; 그냥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못만듭니다. 문서에 한줄 넣는게 그렇게 어려운지..OTL(실상 저는 쓸때없는 요구사항보다는 그게 쓸때없다는 이유의 기록을 안남긴 개발자를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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