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19일
20대는 정말 이기적이고 쓸모 없는가
생각이 바뀐다는 것이, 10대엔 어른들이 다 한심하고, 왜 저러고 사는가 싶었다. 20대엔 뭐 한심하기까진 않더라도, 솔직히 젊었을 때 좀 노력했으면 저렇게는 안 살겠지 했다. 물론 난 열심히 살아서 성공할 거니까 난 글케 안 살거라고 굳게 믿었다. 30 찍으니까 입바른 소리는 못하겠다.
어른들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던데, 그게 맞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똑같이 50년을 살았더라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왔느냐에 따라 다르니까. 분명히 엄마 세대에 따르면 '공부 열심히 하면 뭘 해도 먹고 산다'가 맞았다. 대학 강사만 되어도 돈과 명예는 줄줄이 따라온다는 것도 맞았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시대가 빨리 변하는 이 세상에서 한국은 몇 배로 더 빨리 변한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구인 광고의 40% 는 20년 전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직업일 거다. 내 직업을 포함해서.
입 바른 소리를 못하겠는 것은, 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에 대한 대답이 아주 간단하기 때문이다. 취직시엔 학사 학위도 없었고 결혼도 일찍 했으며 관련된 학과를 전공한 것도 아니었다. 한국에 쭉 있었으면 집안 형편도 별로 안 좋았을 테니 어학연수는 꿈도 못 꿨겠지 (어무니 아부지 들으면 서러우시겠지만 사실 난 스무살 넘어서 집안 신세진 건 거의 없다. 그래도 잘 키워주셔서 감사감사하니 삐지지 마삼). 그럼 대략 야간 대학 다니는 고졸 학력 아줌마인데, 과연 정규직으로 안정된 직장에 취업이 쉬웠을까.
어렸을 때 이민 나온 것, 그리고 영어 배운 것 외에 다른 차이는 국가 배경뿐이다. 그런 환경에서 난 딱히 내세울 거 없이도 그냥 저냥 먹고 살만큼 벌면서 그리 힘들지 않게 살고 있지만 한국에 있었을 (고졸 조혼) 나는 비정규직 취업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더 이상 '노력은 해보고 말해'란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취업 준비생들을 보면 나보다 몇 배로 치열하게 준비한 사람들이고,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운 사람들이다. 그 노력을 자연과학에, 엔지니어링에, 생명공학에 쏟아부었다면 한국이 어떻게 되더라도 됐을 터인데, 지금 20대들은 영어 한다는 것 하나 외에 진짜 내세울 거 없는, 3류 파트타임 대학 졸업생인 나보다 훨씬 더 잘난 사람들이 공무원 준비에, 그 외 안정된 직장 입사에 목을 맨다.
그래서 난 개인적인 노력 부족으로 돌리려는 논리에 수긍할 수 없다. 영어 배워서 나라 뜨삼 뿌우 'ㅅ' 이딴 소리도 못하겠다. 왜 젊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 말 배워서 주루룩 다 떠야 하냐. 시스템이 바뀌어야지.
정말 슬픈 점이라면 - 경기 진짜 안 좋은 요즘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20대는 많아도, 이 시스템을, 나라를 뜯어고치자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덤벼드는 20대는 없다는 것. 정당을 만들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나라를 바꿔나가는 것은,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패자들의 지랄발광 정도로 생각하도록 세뇌되었다는 것. 고쳐져야 한다고 가끔 생각하면서도, 패자의 변명으로 취급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취업 준비부터 한다는 것. 정치적 불만은 키배 혹은 아고라 점령, 촛불집회 정도로 끝난다는 것.
결국 한국식 약육강식 교육의 승리? 착취당하는 20대들은 세상을 뒤엎자는 야심보다는 좀 더 잘해서 내 옆의 20대보다 내가 먼저 앞서서 취업하는 꿈이 더 크고, 그로 인해 기득권은 싼데다가 쉽게 그만두지도 않는 노동력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내 동생, 내 후배라도 정치권으로 나서서 세상을 바꿔봐라 보다는 아이엘츠 점수 올려서 해외취업해라는 충고가 먼저 나올... 음.
우울.
# by | 2009/06/19 18:00 | Misc | 트랙백(2) | 핑백(1) | 덧글(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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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같은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ㅁ;
일본도 한국처럼 아이엘츠 학원이나 좀 있었으면 좋겠네요 ㅠㅠ
나라도 요모냥
왜 젊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 말 배워서 주루룩 다 떠야 하냐. 시스템이 바뀌어야지.
==> i totally agree with you!
여기서는 플랏메이트가 직장인인데 5시 넘어서 퇴근 안하고 있으면 보스가 불러서 "일이 너무 많은거니?" 물어본단 얘기 듣고 완전 충격.. 플랏메이트는 제가 직장다닐때는 9 to 9 12시간 근무, 월 28일 근무가 기본이었단 얘기 해주니까 "what the hell.."
어흑....눈물이 나고 ㅠㅠㅠㅠㅠㅠ
어흑.... 그저 눈물이.....ㅠㅠㅠ 222222222222
요즘은 뭐든지 다 노력 부족이래요OTL 가난해도 노력부족 뚱뚱해도 노력부족.
그래서 전 노력하기 싫어요(응?)
저렇게 나서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안의 백업이 엄청나게 든든하지 않는한 저렇게 나서면 패가망신하는건 순식간이니까요. OTL
이미 경험적으로 저게 성공하기 힘들다는걸 체험했고 IMF당시 집안이 박살나는걸 보아왔고 실질적으로 자기앞으로 적건 많건 빚들 안고있는 형편에서...
...사회를 뜯어고치고자 나서는건 쉽지 않습니다 -_-;;;
그나저나 조혼이시라니, 부럽습니다. ㅜㅜ
한국이 그 나라 보다 더 나아서는 아니고 (물론 한국 보다 못한 나라도 있었음)
저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가족이나 친구와 계속 왕래하며 가까이 지내고 싶었거든요.
(또 다른 이유들도 있지만, 그건 이 이야기와 상관관계가 없어서 패스)
그런데 그 친구들이 하나둘 외국으로 나가고 있어요... ;;
영국으로, 미국으로, 뉴질랜드로, 싱가포르로, 프랑스로...
응? ......난 왜 여기 남은 거지? 왕래는 커녕 시간대가 달라서 전화 통화하기도 힘들다 !
그런데 그게 이유라고 하기엔 좀 그런 것이;; 남아공엔 가족도 있고 친구도 많은데 또 이민 나옸으니 말이죠;;
미국에는 빌게이츠도 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하고 창조한다고 찬양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국내 사정은 알아주지 않는 ;ㅁ;
아아. 전 그저 떡에 넘어갔을 뿐이에요 으흙.
-책임지지 않을 떡이믄 얘기나 말던가 젠장 ㅠㅠㅠ
지금 상황에서 좀더 정진하시고 돈을 모으셔서 다들 좋은 기업을 만들어주셨으면 해요. 저는 40대 후반에는 제조업을 해보고 싶어서 준비해볼 생각입니다. 영어가 취직의 절대적인 기준이라서 많이들 노력하는 걸껍니다. 저는 외국계 회사 다니면서 많이 속상해하고 힘들어하면서 영어를 배웠네요. 그래서인지 죽기 살기로 토익 시험만 준비하는 사람들만 보면 조금은 속상하답니다. 몇 달만 공부하면 될것을 왜 저렇게 죽어라고 하는건지.
한국에서는 영어로 일하고 말하는 것이 벼슬이라고 합니다. 저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늘 생각만 많고 잘하지는 못하는군요.
다른 언어 배우는 것이 쉽진 않지만, 한국에서처럼 돈이나 시간 많이 버리는 방법보단 좀 더 나은 방법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할 말이 없다 =_=)
사회를 바꾸려 나서서 뭔가 잘 된 경우가 사실 별로 없죠 ;ㅁ;
아니 부대가 공중분해하겠군요 -_-;;;
사실인 건 알지만 그래도 슬퍼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