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Spirited Away (한국 제목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인가 뭔가 비슷) 인데, 원령공주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같은 미야자키 감독이라도 그냥 그렇더라. 그렇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나 정말 공감한 거.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내가 철이 든다는 게 아니다. 몸이 변한다고 마음도 변하는 건 아니지. 딱 소피 처럼, 어느 날 깨어 보니까 할머니가 되어 있는 것처럼, 어쩌다 보니까 주름 가 있고, 볼 살 처져 있고, 그렇다. 나 맞는데, 나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거 아는데, 그렇지만 거울속의 내 모습을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떨쳐지지 않는 이질감이란 -_-; 글구 이제 좀 익숙해진다 싶으면 또 다른 노화의 증상이 나타나서 그에 또 적응하느라 허겁지겁.

나 십대엔 정말 서른살 이상의 사람들은 하늘에서 제 나이 다 먹은 대로 뚝 떨어졌다 생각했었다. 오십대에 암 걸렸다 소리 들으면 오래 살았구만 뭘, 그딴 왕싸가지 반응도 보였는데, 언제부터인지 40대 심장병, 50대 암이 무지무지하게 공포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신랑님은 벌써 중년아저씨고 (...), 50대 중반에 죽었다면 아이고 한참 젊고 창창하고 안정된 시기에 너무 안타깝다란 생각 든다. 서른 전에 결혼한다면 좀 이르단 느낌도 든다 (지는 스물셋에 결혼한 주제에). 오바마 쫌 심하게 젊은 거 아닌가 하기도 한다.

어쨌든. 내가 철이 들어서 나이를 먹는게 아니라, 나이를 먼저 먹고 늙은 상태에서 허겁지겁 적응하고 그러는 거였다. 으흑. 이거 왕 불공평하지 않은가? 대학교에 간다고 해서, 사회인이 된다고 해서 뭔가 내 자신이 업글되어 바뀌는게 아니라, 그 못난 그대로 부딪히면서 하나하나 배워서 적응하는 거였다. RPG 에서처럼 레벨 업 되면서 자동적으로 스킬 레벨, strength, intelligence 올라가고 그런 것도 없고, 하나 하나 다 직접 따야 된다. 제기랄.

아무래도 취향이 안 맞아 100점 만점에 한 75 점 정도 줬을만한 스토리인데, 소피가 갑자기 할머니가 되는 부분 그거 딱 하나 때문에 뇌리 장착도 게이지 만빵. 그래서 85점!







by 양파 | 2008/10/16 22:56 | Voyeurism | 트랙백(3) | 핑백(1)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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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gaemon's me2.. at 2008/10/17 15:26

제목 : 개멍의 생각
@양파:내가 철이 들어서 나이를 먹는게 아니라, 나이를 먼저 먹고 늙은 상태에서 허겁지겁 적응하고 그러는 거였다....more

Tracked from gaemon's me2.. at 2008/10/17 15:27

제목 : 개멍의 생각
@양파: "내가 철이 들어서 나이를 먹는게 아니라, 나이를 먼저 먹고 늙은 상태에서 허겁지겁 적응하고 그러는 거였다." 격하게 공감. 캘빈 아빠도 그런 소릴 한 적 있는데....more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9/11/04 22:20

제목 : 하울의 환장하는 성
★촬영지: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어딘지도 알 수 없는 왕국의 거리. 모자 수선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그저 그렇게 보내고 있던 검은머리의 처녀 소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이 권태롭기 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빵집에서 일하는 동생을 만나러 가던 소피의 앞에 갑자기 살랑거리는 금발의 수상쩍은 청년이 나타나고, 소피는 영문도 모른 채 그 청년과 마법으로 움직이는 고무인간들 사이의 추격전에 말려든다. 그 청년과 함께 하늘로 뛰어올라 마치......more

Linked at 마르슬랭 생태 보고서 : 마음.. at 2008/10/17 20:22

... 하울의 움직이는 성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대한 생각한 가지 스토리를 가지고 보는 이에 따라 이렇게나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은 감독의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관점에서, 소 ... more

Commented by JinAqua at 2008/10/16 23:42
마음은 늦게 나이를 먹는데 몸은 팍팍 들어버리죠;;
Commented by 양파 at 2008/10/17 14:45
네 마음 나이가 몸 나이 따라가기 힘들어해요 ㅡ.ㅡ
Commented by 마르슬랭 at 2008/10/16 23:44
하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 에니메이션중에는 단연 으뜸. Spirited Away도 좋은데 난 하울이 더 좋더라. 나도 요즘들어 나이먹는거 상당히 불편해. 적응하기 힘들어서. 나이에 걸맞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좀 심하다고 할까.. 하긴 뭐. 나 요즘 암흑모드니까;; 뭔든 불만이 아닐까 ㅋㅋㅋ
Commented by 양파 at 2008/10/17 14:46
응 적응하기 참 힘들지. 그래서 나이에 몸이 적응하는 건가봐. 난 왜 꼭 반대로 생각했지 ㅜㅜ
Commented by 시릴르 at 2008/10/17 00:40
소피는 철만 들어버린 마녀입니다, 하지만 남자잡는 능력도 출중!(뭔소리다냐;;;)
Commented by 양파 at 2008/10/17 14:46
그, 그러게요;; 무슨 소리... ㅡㅡ? 소피는 마녀 아니었던 걸로 기억 ㅡㅡ?
Commented by 시릴르 at 2008/10/17 18:32
아, 마녀란 말이 마법사를 낚을 수 있을만큼 굉장한데다가
할머니로 변했을때도 너무 초연한 태도라서 그냥 놀랍다는 뜻이었는데 역시 선택이 안 좋았군요;;
Commented by 양파 at 2008/10/17 18:36
아아 그런 뜻이었군요. 전 단순하게 '마녀는 그 덩치 큰 여자가 마녀였던 거 같은데 내가 잘못 기억했나 ㅡㅡ? 소피 마술 안 썼던 거 같던데, 이름이 헷갈렸나?' 해서 되물어본 거에요 ^0^;;
이해부족 쩝;;
Commented by Semilla at 2008/10/17 04:42
흐음.. DVD 사다만 놓고 아직 안 봤는데 꺼내봐야겠군요.......
Commented by 양파 at 2008/10/17 14:47
꼭 보세요 :)
Commented by 별희 at 2008/10/17 09:11
중고딩 때는 딱 28살 까지만 살자고 생각했는데...

이제 2년 남았군요...후.......
Commented by 양파 at 2008/10/17 14:47
캬하하하;;; 어쩌시려고 그러셨어요 ㅋㅋ
Commented by cinderella at 2008/10/17 10:35
끝에서 두번째 문단, 완전 동감입니다~전 이미 어릴때부터 남들보다 한발씩 뒤늦게 철이 드는 듯해서 심히 불안불안합니다~ㅠㅠ 지금도 믿기지 않는 본인 나이의 압박~;; 그치만 소피는 다시 젊어졌잖아요~(머리는 그대로 흰머리였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amusement park에 와있는 기분을 맛보게 해준 점이랑 하울이 넘 멋진 점, 등등으로 잘 본 영화로 기억하고 있습니다~:D
Commented by 양파 at 2008/10/17 14:47
저도 그래요. 전혀 제 나이가 믿겨지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 ㅡㅜ
Commented by 당근 at 2008/10/17 19:33
트랙백했어효 -0-
좀 딴소리 했네염..
Commented by 양파 at 2008/10/19 22:55
아앗~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왜 지우셨어요 ㅡㅜ 슬랭이가 링크한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흑흑
Commented by 아이 at 2008/10/18 07:13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애니메이션도 괜찮지만 원작은 훨-씬 훠어어어얼~씬 더 괜찮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추천입니다!
Commented by 양파 at 2008/10/19 22:56
오 원작이 있었군요 +_+ 소설인가요? 구해서 읽어보고 싶은데 +_+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11/04 22:22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157149
좀 뒷북이지만 국내 출간되었습니다.
Commented by nadal at 2009/08/03 08:33
저도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꼭 제 얘기를 하는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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