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공대출신/재학 언니들의 간곡한 부탁에, 양파는 주위 사람들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공대남, 비공대남, 공대녀, 비공대녀 등에게 여러가지로 물어본 지난 며칠, 양파는 심한 자존감 상실과 서러움을 겪었답니다. 으흑흑. 그 아픔의 결과가 다음 글입니다.
경고: 양파는 한국 남자와 사귄 경험이 거의 전무하며, 스무살 넘어서 알고 지내는 한국 사람이라고는 인터넷으로 만난 분들 외에는 가족들 밖에 없습니다. 아래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_남아공 문대생_ (보통 백인, 10% 정도 흑인) 입니다.
양파는 왜 문대생 남자에게 인기가 없는가?
1. 남자의 자존심을 존중하지 않는다.
상황: 경제 전공 남자와 이야기 중인 양파
양파: 뭐 전공하셨어요? +_+
남자: 경제 전공했어요 :)
양파: 오! 재밌겠다 +_+! 남아공 환율이 더 떨어질까요? 부동산 시세는 내후년까지 가라앉을 거라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자: 부동산, 완전히 경기가 죽은 건 아니에요. 가격도 오르는 중이라고......
양파: 에이, ABSA 지표에 따르면 작년에 비해 10% 떨어졌다던데요. 어디서 오른다는 소리 들으셨어요?
남자가 바랐던 상황:
남자: 경제 전공했어요.
양파: 오! 어려운 전공이네요.
남자: 그렇지도 않아요. 아주 흥미로운 부분도 있고요.
양파: 오 그래요? 어떤 부분이요?
남자: 예를 들어, 부동산 경기가 다 죽었다고 하지만 그게 아닌것이...
양파: +_+ (경청)
남자가 꼭 '닌 내가 하는 말만 듣고 감동해'이랬던 건 아니다. 그저 가볍게 대화 하고 싶었을 뿐인데 양파는 따지듯이 묻고, 너 이건 아냐? 저건 어떻게 생각하냐 하니까 당황하는 거다. 게다가 모르는 걸 질문하면 초면부터 '모른다'라고 자백하거나 틀린 말을 했다고 인정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내 말이 맞다고 싸우거나.
그러나 양파 입장에서 말하자면, 난 악의 없이,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거다. 그리고 난 내가 모르는 건 아무 생각 없이 모른다고 잘 말하고, 다른 사람이 니 말 틀렸다고 지적하면 그런가 생각해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토론을 즐기기 때문에), 그 남자가 모른다고 해도 절대 얕잡아 보진 않는다. 사실 내 쪽에선 나름 관심을 보인 거다. 그러나 남자 입장에선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식으로 따졌다면, 이 기집애 아주 작정하고 나 창피보이려고 하나보다 생각할지도.
2. No 라면 no 다. 정성을 알아주지 않는다.
양파가 쩜 멀리 사는 비공돌씨랑 연애중이라 가정하자. 남자가 널 너무너무 보고 싶다고 저녁에 칭얼댄다. 양파는 나 피곤해서 자야 된다고 한다. 남자는 너 정말 보고 싶다고 하다가 양파가 그만 전화 끊는다니까 투덜거렸다. 곤히 잠에 든 양파, 두 시간 후에 누군가 창문을 두들겨서 깼다. 남친님이다.
....여기서 보통 여자는 감동할거라 한다. 양파는? 택도 없다. 아니 이 시박ㅅㄲ가, 오지 말랬더니 왜 와? 자는 사람 왜 깨워? 그래도 멀리 왔다니까 상대는 해 주겠지만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러면 심하게 맞는다.
남친님이 생일 선물 뭐 사줄까 한다. 양파는 됐다고 한다. 남친님은 설마 진짜일까 생각하고 큰 이벤트를 준비한다. 생일 당일날, 지 생일인지도 잊어버렸던 양파는 직장에 찾아와서 생일 축하 이벤트를 하려는 남친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막 패주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직장으로 꽃 배달 해주면 좋다. 작은 선물이라면 뭐 선물 필요 없다 했지만 그럭저럭 고맙게 받는다. 저녁 같이 먹는 정도도 아주 좋다. 그런데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벤트니 뭐니 하면 상당히 귀찮고 부담스럽다.
사실 큰 이벤트 필요 없다. 그냥 한가한 점심시간에 불쑥 찾아와서 점심 먹자고 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 책 한 권 사준다거나, 자주 읽는 잡지 정기구독 신청해 준다거나 정도면 훌륭한 생일 선물이다. 안 해도 상관 없다. 좋아한다고 결정했으면 좋아하는 거니까, 심각한 사고 안 치는 이상 남친님 좋아한다. 뭐 해주고 싶으면 먼저 물어보고, 오케이 하면 해주면 된다. 그렇게 하는 거나 몰래 하는 거나, 양파의 기쁨 정도는 똑같다.
싫다면 싫은 거다. 사실은 해줬으면 좋겠는데 싫다고 내숭 떠는 거 없다. 싫다고 했는데 억지로 하면 미워한다.
3. 칼쓰마 남, 리드하는 남, 나만 믿으라는 남, 소유욕 보이는 남, 다 싫다
양파보다는 정상적인 여성동지들 중에서, '리드하는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양파가 선호하는 남자는 룸메이트 스타일 남자다. 같이 얘기하고, 어떻게 할까 결정하고, 일도 같이 하는 쪽이 좋은 거지, 남자가 지만 믿고 있어라 한다던가, 널 보호해줄게 어쩌고 하면 거 참 당황스럽다. 메이 웨스트라는 미국 여배우가 그랬다더라. Every man I meet wants to protect me. I can't figure out from what. 다들 날 지켜주겠다고 하는데, 뭐가 그리 위험하다는 건지 모르겠어 정도로 번역하면 되겠다. 지켜줄게, 보호해줄게 등등, 정성은 고맙고 마음 써주는 것도 고맙지만, 보호해줄 일이 있으면 같이 얘기하고 같이 처리해야 하는 거잖아. 글구, 직장 상사랑 싸운 거면 어떻게 보호해줄 건데? 직장 관둬라 내가 먹여살릴게 할 거야? 친구랑 안 좋은 일 있었다면 가서 친구 팰 거야? 안 지켜줘도 되니까 누구 만나는지, 언제 돌아올 건지 그런 거 묻지 마 -_-;
문대생 남자랑 얘기하다 보니까, 여자들이 그럴 때가 있단다. 클럽 같은 곳에 가서 다른 남자들이 작업 걸면 그걸 은근히 남친한테 과시한다고. 과시하진 않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남친이 '야, 너 어디다가 시비 거는 거야? 꺼져!' 하면 이 남자가 날 좋아하는구나 생각한다고.
난 남친이 나 좋아한다면 우선 그 말 믿는다. 날 대하는 태도나, 매일 같이 시간 보내는 상황으로 볼 때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고 느낀다. 싫은데 같이 있을리가 없잖아. 그러므로 클럽 같은 곳에서 딴 남자가 관심을 보인다 해도 사귀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 안 하는 거고, 그 남자가 자꾸 껄떡거린다면 사귀는 사람 있다고 말한다. 그 때 남친이 등장한다면 보통 90% 의 남자는 알아서 없어지더라. 남친이 있는데도 껄떡거린다면? 남친한테 시비를 건다면? 그 때 남친이 그 남자에게 폭력을 휘두른다면 난 남친이랑 바로 헤어진다. 왜 멀쩡한 사람을 패냐. 그 쪽에서 먼저 때렸다고 해도 최대한 시비거리는 피해야지. 이 때 남친이 등장해서 '야, 너 누군데 내 여친옆에서 알짱거리냐?' 해도 헤어진다. 알고 지내는 친구 (남자) 에게 시비 걸어도 헤어진다. 난 분명히 남친 네가 좋다고 했고, 남친도 양파 네가 좋다고 했으면 둘이 사귀는 건데, 뭘 그리 오버하고 그러는가.
그런데 문대생 팀님에 따르면 그게 비정상이라고 ㅠ.ㅠ;; 남자가 약간의 소유욕/질투를 보이는 건 사랑의 증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나도 영화/소설에서 보는 거면 그런 건가보다 한다 ㅜㅜ 단지 나한테 그러는게 싫을 뿐이지.)
4. 전화, 데이트
전화 싫어하고, 문자 싫어한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싫다는 건 아니다. 그냥 전화랑 문자가 싫은 거다. 그러나 그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은 즐기기 때문에 한 번 사귀기 시작하면 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편이다. 근데 '전화 안 받는 행태', '전화 했는데 귀찮아 하고 금방 끊는 태도', 그리고 무려 '전화기를 잊어버리고 다니는, 때려 죽일만한 행동' 때문에 오해 받는다. 그러다가 직접 만나면 또 잘 웃고 잘 놀기 때문에 '아니 이뇬이 사람 가지고 노나...' 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데이트. 같이 시간 보내는 건 좋지만 뭐든지 다 같이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난 영화를 보고 남친님은 책 볼 수도 있는 거고, 난 공부하고 남친님은 컴터 가지고 놀 수 있는 거지. 그런데 같이 데이트 하는 거면 웬만하면 같이 하자고 하는 사람 있다. 이거 좀 피곤하다. 닌 텔레비전 프로그램 그거 보고, 난 여기서 잡지 볼게 하면 그거 안 통한다. 같이 텔레비전 봐야 한다. 영화 닌 저거 보고 난 이거 볼게, 하면 그것도 안 된다. 같은 거 봐야 한다. 주말에 시간 없는데 너 보자는 니 친구는 너 혼자 가서 보고, 나 보자는 내 친구는 내가 가서 볼게 하면 그것도 안 된단다. 아잇 비효율적이다.
5. 마지막으로, 타협 불가
- 남자가 하는 말이 좀 아닌 거 같은데 집요하게 질문하지 말라고 하면 온 몸에 뚫린 구멍에서 피흘리고 깨갱 실신할 거 같다.
- 그냥 웃으면서 맞장구 치라고 하면 꼭 매국노 되라는 요구 같다. 분위기 맞춰 술 따르라는 요구 비슷하다고나.
- 그런 거 가지고 남자가 자존심 상했다고 하면 정 떨어진다 (사실 이런 면에서는 여자친구들이 남자들보다 낫다. 그냥 쟤는 성격이 저렇구나 하고 넘어가거든. 이것 저것 물어봐도 '몰라' 소리도 별 부담없이 잘 하고.)
- 내가 자세히 설명하면 남자도 납득할 거라 생각한다
- 글구 사실 자신은 유지비 저렴한, 효율적인 여자라고 자만하고 있다
-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여자의 본능과 공대스러움에서 늘 갈등한다
보너스: 양파 다루기
- 너 좋다고, 사랑한다고 했음 된 거다. 그 말 믿는다. 그 다음부턴 그냥 삶을 같이 한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친구 대하듯이 하면 되겠다.
- 좋다면 좋은 거고 싫다면 싫은 거다. 다른 사람에게는 예의상 약간 거짓말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친에게 선물 같은 걸로 뻥 안 친다.
- 비싼 거 안 사줘도 되고, 이벤트 안 해도 되고, 밤새 찾아오거나 전화 같은 거 안 해도 된다. 그런 건 그냥 점심 같이하면서 '너 보고 싶었어' 말 한마디 하고, 쥐포나 식혜 한 통 사주는 걸로 충분하다.
...뭐 위와 같은 이유로 양파는 공돌씨랑 결혼해서 살고 있다 =_;;
양파와 비슷한 여성동지분들 있으면 글 남겨주시라 ㅠ.ㅠ;;
죽인다고 해도 양파 같은 여자 못 데리고 살겠다는 비공돌 남자분들도 감상 남겨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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