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30일
공대생들을 위한 연애 지침서 - 2
프로그래머들의 미학 + 연애
공대생들의 연애지침서 - 1
효율적인 연애를 위하여!
1) 당신은 주제파악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연애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대생의 주제파악 불가능이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비공대생인 애인님이 열받으신 이유 이해 불가'이다. 왜 열받았는지 모르겠고, 이유를 들어봐도 수긍하기 힘들고, 조그맣게나마 '난 그렇게 생각 안 해'라고 따졌다가 불벼락 맞으니 그야말로 분하면서도 짜증난다. 처음에는 애인님이 좋아서 무조건 지고 들어가고 '싫어하니까 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계속 가면 갈 수록 쌓인다. 게다가 공대생이라면 피해가기 참 힘든, '비논리적인 사람에 대한 경멸 내지 거리감'이 확산되면서 애인님이 미워진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연애해야 하나하는 회의감이 든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 > 불만 인 동안은 계속 참는다. 알고리듬으로 나타내자면 다음과 같다:
// i = 신경질카운터;
while (애인님 좋아하는 마음이 남은 동안) {
if (애인님 화나셨음) {
참는다/빌어본다/시정해본다/그 외 대처방법
i++;
}
if (i >= 한계지점) {
ㅅㅂ 더이상 못참겠다 헤어지자.
}
}
그러나 '주제파악'을 하면 그 때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이 주제파악은 '니가 어디가서 여자 찾기가 쉬운줄 아냐 참고 살아라'가 아니다. 이건 '내 행동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예:
- 상견례장에 가는 남자가 풀메이크업을 하고 가짜 속눈썹까지 붙이고 나간다고 하자. 혹은 상견례장에 나가는 여자가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나간다고 하자. 그거 참 당황스럽지 않은가. 그런데 순진하게 "왜? +_+" 라고 물으면서, "내가 원하는 거 입고 나가는게 안 좋아? 당신 참 획일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구나? 왜 비키니를 입고 나가면 안 되는지 나한테 논리적으로 설명해줘." 이러면, "아 정말 나 이런 것까지 가르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 든다.
- 외국인 애인이 있다. 한국말을 좀 할 줄 아는데 존댓말은 절대로 배우려 들지 않는다. 부모님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야, 니네는 뭐 먹을래? 내가 사줄게." 이런다. 존댓말은 한국 사회 상하 수직관계를 강화시키는 주 요인이며, 내가 존경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댓말 쓰지 않겠다라고 우겨댄다. 논리적으로 왜 내가 존댓말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라고 한다. 반말을 했다고 해서 왜 화내는지 모르겠다고, 화내는 사람이 더 웃긴 거라고 펄펄 뛴다. (그리고 '밥 사준다고 했는데 싫다고 팩 한 건 분명히 상대방 잘못이라고도 한다.)
황당하지 않겠는가? 이게 바로 당신일 수 있다. 두둥~. 바로 이런 주제파악이 필요한 것이다. 앤님 부모님한테 "야, 니네들 만나니까 좋다" 라고 사고친 다음에 "네가 왜 화 났는지 모르겠어. 설명해줘." 이렇게 말 하면 당연히 "내가 왜 화났는지 모르겠어!!? 너랑 정말 말도 안 통하고, 같이 못 놀겠어!" 라고 할 것이다. 강도는 다르지만 당신이 '전화 하라고 해서 하루에 한 번 전화 했을 때', 혹은 '생일을 잊어버렸을 때', 혹은 '토론하면서 상대방의 비논리적인 부분을 지적했을 때', 애인님이 느끼는 난감함은 그에 비슷하다. 왜 화를 냈냐고 물어보는 것이 더 당황스럽고,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면 과연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 회의가 가는 것이다.
자. 이렇게 주제파악을 하고 나면 '미안하다'가 쉬워진다. 나는 잘 이해 못하겠지만 애인님은 마음이 상했다. 그런데 이 때 "왜 화내는지 모르겠어", "설명해줘",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거야?", "난 네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 "난 이렇게 생각해"라고 하는 건 그리 생산적이지 않음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사귀는 내내 미안하다고 하라는 건 아니다. 이건 단지 초반, 애인님의 성향 파악이 아직 되지 않았을 경우, 데이터 분석하고 해결책을 내는 동안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에 유감을 표시하라는 것이다. 화나신 애인님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마음을 풀어준 다음, 며칠 지나고 나서 분위기 좋을 때 물어본다. "우리 나라에서는 출근 할 때도 비키니 입고 출근해." 그럼 애인님은 "문화차이"를 인식한다. 공대생과 달리 문대생은 좀 아닌 것 같은 상황도 잘 받아들이고 가능성 있다 인정해주므로 기분 좋을 때는 전혀 문제 없다. 이 때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어떤 기분이 드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나쁘다고 생각되는지" 잔뜩 물어본다. 이것이 진정한 요구분석및 시스템 분석이다. 상대방이 화 났을 때 묻는 건 불에 기름 끼얹는 짓이다. (열받아 날뛰는 고객에게, 그렇게 열받았으면 당신이 원하는 고객관리 시스템 스펙 써달라는 것과 같다.) 그 때 상황을 대강 기억해 두었다가, 애인님 아주 기분 좋으실 때 물어보는 쪽이 훨씬 낫다.
예:
공대생: 저, 며칠전에 자기가 화 났을 때 나 여러가지로 생각을 했는데, 내 행동으로 어떤 기분이 들었던 건지 좀 더 말해주었으면 해. 난 이러저러하게 생각했었거든.
애인님: (이미 사과 받았고 화 풀었으므로 '내가 이래서 화 났다'라고 말하는 것이 치사하지 않다, 게다가 열받았던 일에 마음이 쓰여 지금까지 기억하고 물어봤다는 사실에 조금 감동한다.) 그 때 네가 이래저래해서 난 이래저래 했던 거야.
공대생: (...녹취, 필기 등으로 기록을 남기어 차후 참고. 데이터 베이스 생성도 괜찮음. 물론 '진실성'은 약간 희생하여, '네 행동 분석 데이터 베이스 만들고 있다'란 말은 하지 않도록. 덧: 이런식으로 데이터 모아두면 다음 연애/인간관계에서도 아주 유용하다. 영어 숙어집 만드는 각오 비슷하게 배우는 노력을 멈추지 말것.)
주제파악 프로세스를 마친 후 애인님은 비논리적이며 쓸데없이 감정적인 독재자가 아님을 받아들였으면 그에 대처하는 방법 연구도 한결 쉬워진다.
요점 정리: 1) 주제파악을 하여 애인님이 비논리적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2) 왜 화났는지, 뭘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 그 외 비논리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기억해 두었다가 화가 가시고 며칠 지난 후 물어보도록 하자. 이 때 "상대방을 가르친다", 혹은 "상대방을 납득시킨다" 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문화에 대해서 배운다는 겸손한 자세로 임하자. 사실 공대생이라면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 쓰고 사는 사람들보다는 다른 나라 공대생과 더 비슷한 점이 많다. 난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자. 3) 납득이 즉 득도다.
덧: 그런데 글 정말 길어지네요 -_-; 몇 탄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고고씽.
# by | 2008/07/30 17:22 | work - IT | 트랙백(3) | 핑백(8) | 덧글(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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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C언어;;ㄷㄷㄷ
while문 하나로 납득.
농담입니다.(...)
다른 세상을 배울땐 그만큼 겸손한 자세가 필요한데, 기존의 자기 세상에 대입하여 풀어내보려는 시도가 결국 다른 세상을 부정하는 결과가 오곤 한다는걸 온몸으로 배우는게 연애의 일부분이 아닐까요(...)
분명 밀리언 셀러는 될겁니다!!!
if (i > 한계지점) 이 아닌지요..
그래도 한계지점까진 버텨줘야...
이제 여자친구 사귄지 한달 된 프로그래머로서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조심해야겠군요.. 다행히 예문에 나온 상황들은 잘 Exception 처리해서
아직도 잘 살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리고 링크 신고합니다.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인문계인과의 사귐에 꼭 필요한 자세네요.
저는 제가 왜 화가 났는지 설명해서 남친이 납득하고 사과해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_-; 아, 저도 프로그래머질 하고 있습니다(...)
공돌이로써.. 참고해야겠네요..
다음탄을위해 링크걸고갑니다 !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전 문과에 가깝습니다.
저두 문과생 친구 3명과 이과생인 저 혼자 있었을때 그 중 한명을 상대로 그넘과 안되는 이유를 1시간 동안 100가지정도 줄줄줄 읊고 있었던 적이 있는데 당사자 빼고 지켜보고 있던 나머지 2명이 신기한듯 절 쳐다보고 있던 기억이 갑자기 나네요. 하하.
제 친구한텐 그렇게 말 잘하면서 전 막상 화나면 말한마디 안하는 스타일...게다가 풀어져도 근본적으로 풀어지는게 아니면 납득이 안되었을 경우엔 오래 파묻어 놓는(?) 스타일입니다...하하...;;
사랑하는게 어렵다 어렵다 하는게 막상 내가 닥치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알면서도 감정은 따로 놀아 일을 꼬아버리죠. 그 '순간'에 대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갈리는데 그걸 제어하는게 참 어려운게 연애인듯해요. 이걸 또 극복하는 대처방안이 '경험'인데 이건 쌓이기 전까지 또 좌충우돌.ㅎㅎ
하지만 전 '모르는것 보단 아는것이 낫다'는 주의라 결론은 앞으로 쓰실 지침서 3,4,5...탄도 기대한다는.....^^
납득이 안 되면 풀리지 않는게 참 큰 문제죠. 그리고 '납득 안 되는 이유로 우겨댄 사람'에 대한 실망도 쌓이고요 흑흑.
앞으로도 계속 올리도록 할게요 >.<
그 라이브러리 갔다 쓸려면 어떤걸 include 해야하나요??
(잼있게 잘읽었씀^^)
반복 재생;
}
재밌게 보고 갑니다.:)
초기화 안된다면 좀 안습..
누가 생과남을 위한 연애 지침서 이런거 안해주나???
다행스럽게도 신랑은 처음에는 무조건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요령을 차츰차츰(정말로 차츰차츰-_-) 터득해갔고, 저도 저 입에 거품을 물어 마땅한 대사를 '약 올리려고 일부러 하는 짓'이 아닌 '진심으로 궁금해서 하는 말'로 받아들이는 법을 차츰차츰 터득했죠.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신랑은 왜 항상 자신이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 하냐고 불만입니다. -_- 좀 더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어요!
근데 애가 여자에 도통 관심이 없어요..[보는건 좋아하지만 사귀는건 아직이라고해야하려나...]
저도 이과이긴 한데 제 성격은 문과에 가까운듯 하네요 그렇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는 정작 그렇게 행동하진 않아서요; 아무래도 문과 친구들이 많다보니 [그래도 분석하고 이런건 이과입니다 ㅋ]..
근데 여중여고여대간 친구한테 이걸 봐도 어느정도는 참고가 될듯하네요 ㅋ
저번 글에서 궁색하게 보이면 안된다 이런거 만큼은 말이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