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했듯이 난 무신경 무감각에 딴생각까지 많아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보지 않음 그냥 지나치는 일이 허다하다. 예를 들어 차타고 집에 가는 길에 신랑이 운전하다가 '내일 쓰레기차 오는 모양이네' 한다. 난 당연히 딴 생각 하고 있었으므로 먼 말이냐고 되묻는다. 신랑이 거리 보라고 한다. 거리에 뭐가 뭐? 신랑이 '쓰레기 봉지가 집 앞에 다 나와있잖아' 한다. 아! 그러고 보니까 정말 집 앞에 커다란 쓰레기 봉투가 하나씩 놓여 있다. 지금까지 눈치 못 챈 내가 신기할 정도로 -_-;
누가 내 이름 불러도 잘 못 알아듣고, 한참 뭐 생각하는데 누가 말 걸면 얘가 무슨 언어로 말을 하고 있는 건가부터 분석해야 하고, 가끔가다 '아 그런 뜻이었어?' 같은 뒷북도 잘 쳐준다.
얼마 전엔가부터, 신랑이 아침에 늦잠자고 있음 와락 뛰어들어 '야이 slug! sluggie hubby! slug! slug!' 하면서 걷어차곤 했다. 그러다 보니까 '아니 도대체 아침 아홉시 반까지 자는 넘이 어딨어!' 하면 신랑이 샤워하러 가다가도 '슬러기 (sluggie) 라면 할 수 있지, 음홧핫' 하고 다시 침대로 뛰어드는 일도 다반사 (...)였다.
그러던 어느날. 난 slug 가 밋밋하고 촉촉한 벌레란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영한사전 찾아보니까 민달팽이란다. 민달팽이라면 달팽이의 한 종류겠지? 그거 또 찾아보니까 껍데기가 없는 달팽이가 민달팽이;; 아, 신기하다 해서 신랑한테 달려갔다.
양파: 신랑아! slug 가 민달팽이, 껍질 없는 달팽이래!
신랑: -_-;;;; 몰랐다는 거냐?
양파: +_+ 응!!
신랑: 뭔줄 알았어?
양파: 지렁이.
신랑: orz
양파: 좀 폭 넓은 지렁이가 민달팽인줄 알았지.
한국말이랑 영어랑 교묘하게 섞이니까 글타. 민달팽이라고 배웠으면 대강 달팽이랑 상관 있다고 알았을 텐데.
이런 일도 있다 ㅜㅜ
신랑+친구들: 열심히 무슨 얘기중
양파: 와! 주식시장 확 내렸네.
신랑: -_-;; 십분 동안 계속 그 얘기 하고 있었잖아.
양파: 그래? 못 들었어.
신랑: 바로 옆에 앉아있었으면서 orz
양파: 말을 똑바로 해, 말을. -_-+
음. 이런 일도. 한인 교회에 어쩌다 끌려가서.
신랑: 양파야, 일어서.
양파: 응? 뭘?
신랑: 다 일어섰잖아. -_-
양파: (두리번두리번) 진짜네 ㅡㅡ 진작 좀 말하지 그랬어.
또 나쁜 버릇. 어딜 가도 혼자 슬슬 사라져버린다. 그런데 하도 '자신있게' 쓱쓱 걸음을 옮기는 양파를 다들 쫓아오는 경우가 많다 -_-
일행, 한 오분 정도 양파 따라가다가
일행: 아니, 근데 우리 차 반대쪽에 주차하지 않았어?
양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_+;
일행: 니가 이 쪽으로 갔잖아 ㅠㅠ
양파: 왜 날 믿고 따라가냐고 -_-; 나 길치에다 방향치야;;
일행: orz ;
양파: 이상한 애들이야 -_-;
주차한 곳으로 가는 길이면 정말 목적의식이 없다. 그냥 밝은 불 보이는 쪽으로 열심히 걸어가는 거 같다. 신랑은 이제 아니까 아무데나 가려는 양파 뒷덜미 붙잡아 끈다.
양파: 어! 신랑! 여기에서 우회전 하니까 영화관이구나!
신랑: ...우리집 바로 옆 쇼핑센터만 아니라면 내 좀 덜 한심하겠는데 말야. orz
양파: 아, 신기해. (손뼉 짝짝)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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