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귀국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시어머니 돌아오셨다. 난 6월초에 돌아오시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돌아오신지 일주일은 된 거였다 ㅠㅠ

일요일 저녁에 문자 메시지가 떴다. "니네, 안 죽었음 죽여버린다."

-_-;

양파: 신랑님;; 이게 머야?
신랑: 아, 엄마 열받았나보지머. 열흘은 버틸 줄 알았는데.
양파: 으응? 열흘? 먼 열흘?
신랑: 히히. 월요일에 귀국하셨거덩.
양파:... 워...월....월요일....;;; 오늘은...
신랑: 일주일도 안 되서 협박 문자 보내다니. 울엄마 약해졌어.
양파: 야이 새끼야, 니가 그러고도 아들놈이냐!!! (...그러는 난 머냐; 며느리가 되가지고 시어머니 언제 귀국하시는지도 모르... ㅠㅠ)
신랑: 스위스 사촌이 니네 엄마 공항 델다 줬다고 이메일 왔었거덩. 히히.

....아들 키워봐야 소용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작년 시어머니 삐침도 기억나는..

시엄니 메일: 니네 집에 오랜만에 놀러간다 해 놓고는 이번 주말 바빠서 못 갔구나 미안하다.

신랑님 답멜: 머야, 못 올 거면 미리 말하지. 불 끄고 없는 척 숨어 있었는데.

(시어머니 3주간 삐치심 -_-)

=====

머, 어쨌든. 시어머니 어제 저녁에 놀러 오셨음. 시이모님이랑 두 분이 같이 가셨는데, 시이모님이 경비를 제공하신지라 돈이 좀 많이 쪼달리셨던 모양. 말씀하시지;; 용돈 더 드렸을텐데. 카드도 안 가지고 가시고 해서 시이모님 (이후로 심모님) 이 다 지불하셨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시엄니: "언니야, 나 콜라 먹고 싶다."
심모님: "야야, 저거 랜드로 하면 25랜드나 돼. 안 돼! 콜라 먹지 마!"

이태리에서:

시엄니: "언니야, 나 커피가 너무너무 먹고 싶은데 어예 안 될까?"
심모님: "미쳤니! 걍 물 마셔! 커피 60랜드나 해!"
시엄니: "우리 이태리까지 왔는데 커피 마시면 안 될까?"
심모님: "안 돼! 안 돼! 60랜드 커피를 어떻게 마셔!"

스페인에서:

그 다음날 아침 호텔비 계산하면서
심모님: "야! 너 뭘 먹은 거야! 왜 10유로가 가산됐어!!"
시엄미: "...미네랄 워터 마셨어."
심모님: "언제 마신 거야?"
시엄니: "언니가 머라 그럴까봐 언니 잘 때 살짝 마셨어. 감기 걸렸단 말야!"
심모님: "...ㅜㅜ 그래."

남아공에 돌아와서:

심모님: "동생아. 우리 집에 돌아왔다. 콜라랑 커피 못마시게 해서 미안해. 이제 맘껏 먹어."
시엄니: "....-_- 미워."


이태리 가는 기차에서:

시엄니: "엇! 키도 크고 훤하게 잘 생기고 얼굴도 뽀얀 동양인 커플이다! 한국 사람일거야 ㅡvㅡ"
(한국 며느리 들이신 후로 잘 생겼으면 한국 사람, 못생겼으면 중국 사람이란 편견을 갖게 되신 시어머니 -_-)
심모님: "엇! 진짜 그럴 것 같다!"
(...동생한테 물든 시이모님 -_-)

동양커플에게 접근하셔서...
시엄니:  "한국분이시죠!"
한국분: "어? 네. 어떻게 아셨어요?"
시엄니: "제가 한국 딸이 있거든요. ㅡvㅡ"
한국분: "네? 한국...딸이요?"


얘기듣던 양파 -

시엄니 ㅜㅜ 한국 아이 입양한 걸로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흐흑. 아무리 우리 나라 형편이 한 때 어려웠다고 하나 아프리카에서도 한국 아이 입양하나 분통해 했을지도 -_-;


(한국사람은 좋고 훌륭하고 뛰어나다란 선입관과, 우리 아들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고, 싸가지 좀 없는 거 빼면 훌륭하다란 믿음이 __한국 남자__ 컨셉에서 상충되어 조금 고민하시던 시엄니 잠깐 생각하시다가)

시엄니: 그런데, 그 한국 남자는 참 친절하고 착하고 괜찮더라. 하기야, 양파 아버님도 좋으시니까.
(좋은 한국 남자 != 아들의 라이벌, 좋은 한국 남자 = 양파 아버님 = 우리편/아는 사람으로 결론 내리심.)

환율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는데, 음식값 무지하게 싼 남아공에서 유럽으로 가시면서 엄청난 충격에 한 달 내내 잘 드시지도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다음에 모시고 가던가 해야지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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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on | 2007/06/05 18:35 | Daily stuff | 트랙백 | 핑백(1)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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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ishUWH at 2007/06/05 18:39
시어머님, 너무 귀여우십니다 하하^^;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7/06/05 18:56
이렇게 말해도 될라나 모르겠지만... 상당히 <귀여우신> 분들입니다. ^^;
Commented by 마르슬랭 at 2007/06/05 20:37
"니네, 안 죽었음 죽여버린다." 부터 웃기 시작해서 끝까지 혼자 데굴데굴 굴렀소. 시어머님, 시이모님 너무 재미있으시다^^
그나저나 두 부인께서 심하게 근검절약 여행 다녀오셨다니.. 마음이 좀 짠 하겠네.
Commented by 낭만여객 at 2007/06/05 21:38
한국사람에 대한 좋은 편견을 심어주셔서.........감사합니다 킥킥킥
Commented by 시리오르 at 2007/06/05 21:50
올누드로 이글읽으며 웃는 바람에 미친놈으로 보던 집주인이 완전 미친놈으로 눈빛을 바꿨습니다
Commented by 서영호 at 2007/06/06 01:07
네글자가 생각나는군요. '국위선양'
여섯글자로 하면 '양파국위선양'
여덟글자로 하면 '다마네기국위선양' (어어, 이건 아닌데...-.-)
Commented by kristine at 2007/06/06 02:16
시이모님 참 무섭습니다...
Commented by onion at 2007/06/06 04:55
wishUWH+파파울프+시리오르//두분 다 재밌으시죠. 말씀하실 땐 전혀 안 웃으시면서, 서러웠던 이야기 해 주셨던 건데 -_-;
마르슬랭// 좀 마음이 안 좋네. 웃긴 웃었지만 -_-;
서영호// 다마네기국위선양 ㅋㅋㅋㅋㅋㅋㅋㅋ 머에요 진짜 ㅋㅋ
kristine// 그렇죠? 저 같음 먹는 거 가지고 그런다고 서러워서 울었을텐데.
Commented by 우유차 at 2007/06/07 11:59
예산 쥐고 있는 사람은 소심해지더라구요. 특히 런던 물가 죽음이었.. ㅠㅠ(그 전 해 파리 갔을 때 많이 먹어둘 걸 후회할만큼)
Commented by 서영호 at 2007/06/07 15:51
다들 그러시군요. 전 예산을 안 쥐고 누가 주는 돈으로 어디 가도 *나게 아낄라고 *랄 발광을 떱니다. 남의 돈 쓰는 것만큼 미안한게 없더군요. 비싸도 싸도 가치가 있으면 무조건 한다 주의라서 개념상 약간 문제가 있는게 사실이지만.
놀러갈때 다리품 많이 팔고 이곳 저곳 고생해가며 다녀도 볼거 다보고 나면 기분이 뿌듯해지더군요. ^^
Commented by onion at 2007/06/07 18:40
우유차// 런던 물가 진짜 죽음이죠 ㅡ0ㅡ 저도 첫 삼일은 손이 벌벌 떨렸다는. 거기에 비해서 파리는 진짜 훨씬 싼 것처럼 느껴졌어요.
서영호// ㅋㅋㅋ 남 돈 쓰는 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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