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짓이다?
*************닭살 경고*****************
난 참 일찍 결혼했다. 79년 생인데 2002년에 결혼했으니까 만으로 스물 셋이었고 결혼을 결정했을 때에는 만으로 스물 둘이었다. 이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묻는다면 '사랑의 완성 = 결혼'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도 아니고 (벌써 살림 차리고 살고 있었다 뭐-_-) 어찌어찌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가 정답인데 -
(아버지도 블로그 보실 텐데 좀 뭐 하지만 결혼한지 오년 됐으니까 혼나진 않을 거라 믿고 -_-)
1. 요하네스버그에 일 시작하면서 지낼 곳이 필요했다.
2. 신랑님을 이 때 만났는데, 아주 가까운 곳에 지낼 곳을 갈켜 주겠다고 했다.
3. 알고 보니까 지도 살고 있는 집이다 *ㅡ0ㅡ*
4. 양파는 남친이 있었으나 어찌어찌하다가 신랑님이랑 사고치고 그 담날 남친 찼다. 좀 잔인했다. 인정한다.
5. 같은 집에서 방만 따로 쓰다 보니까 세 달 정도 후엔 거의 신랑과 동거 비슷하게 됐다.
6. 그러고 보니까 좀 좁은 것 같다. 좀 더 큰 아파트를 얻어 이사했다. (이삿짐은 차 한 대로 끝이었다. 핫핫.)
7. 어쩌다가 보니까 어무니 아버지가 사는 집 보러 온다고 한다 -_- 남자랑 같이 산다는 말 어예 하냐. 집에서 쫓겨나.....(ㄹ 만큼 보드라운 성격은 아니지만) 부모님한테 무쟈게 잔소리 들을 거라고 신랑한테 말했다. 어쩌면 발모가지 부러지고 머리 삭발당하고 (제일 중요한 건) 차 뺏길지도 모른다고 했다.
8. 신랑님이 걍 결혼하면 되는 거 아니냐 하고 물었다.
9. 그런 걸 심각하게 생각하는 나라면 머 좀 난리를 쳤겠지만 생각해 보니까 결혼한다고 큰소리 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엄마한테 결혼한다고 했다.
10. 어째어째 결혼하고 나니까 예전에 살던 대로 살 수 있게 됐다.
1-8까지 4개월이 걸렸고 -_-;
9-10까지 5개월 걸렸다. 그런데 아직도 궁금하다. 엄마 아빠 진짜 몰랐을까? 냐하하.
오년 지났는데 아직도 사랑하냐구?
사랑의 모습은 변한다. 더 이상 신랑님 자는 얼굴 보고 '이쉑 진짜 예쁜 거 아니냐' 하고 감탄하며 몇 시간씩 쳐다보진 않는다 (...-_-). 가슴이 마구마구 두근거린다던가 사랑이 끝날지 불안하다던가 그런 마음도 없다. 그렇지만 아침에 늦잠자는 신랑위에 슬쩍 겹쳐 누워서 괴롭히기를 아직 좋아하고, 같이 일하는 사무실에서는 '빈 방에 가란 말얏' 욕 먹어 가면서도 난 두 시간에 한 번은 부비부비 받아야 정서 안정이 된다고 우긴다. 쇼핑몰 걷다가 가끔씩 '아니 저 잘난 남정네 누구야' 하고 혼자 흐뭇하게 웃는다 (미친년 맞다).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던지, 결혼이 답답하다던지 생각해 본 적은 맹세코 한 번도 없다. 몇 번 내가 기분 안 좋은 때라서 몇 시간씩 토라진 적은 있지만 (그것도 일년에 서너번 정도) 목소리를 높이고 싸운다던지, 싸우다가 서러워서 울었다던지 한 적은 없다. 주말이면 아침에 눈 뜬 시간부터 브런지, 쇼핑, 커피숍에서 같이 커피하면서 공부 등등 하루 종일을 같이 보내고, 주중에도 같은 사무실에 일하면서 저녁에는 독일어 클래스 등등 같이 다니지만 지겹다거나, 다른 사람과 어울렸으면 하는 마음은 없다.
결혼은 미친짓인가? 난 결혼의 개념을 잘 몰랐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결혼했다고 정의하기가 힘들다. 만약 신랑을 지금 만났으면 결혼을 망설였을지 모른다. 그 때는 '그냥 이대로 살 수 있을 거'니까 결혼했고, 지금 돌아보면 참 조용하고 안정된 나의 20대가 결혼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진다.
5년이 지났다. 친정의 무지무지한 압박도 있지만, 신랑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이를 낳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호르몬의 변화 때문일 거다. 어렸을 때엔 내 아이 낳지 말고 입양해야지 생각했던 마음이, 이제는 '나와 신랑의 아이'와 다른 사람의 아이가 어떻게 같겠느냐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이거 생물학적이다. 지금 우리 둘도 딱 좋지만, 신랑 닮은 꼬마 아이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다고도 하고, 돈도 많이 든다고 하지만, 그건 '왜 결혼하냐'란 질문처럼 별 의미가 없어졌다. 그렇게 호르몬에 변하는 거다. 주위 친구들도 돌아보면 애 땜에 힘들어 죽겠다. 돈도 많이 들어 미치겠다 투덜투덜 하다가 '그럼 애 취소할래?' 하면 절대 아니라고 우긴다. 변한 거다. 생물적인 본능에 진 거다.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도 다 아이 낳아야 한다고 믿는다. '철 들면' 그렇게 되는 거라 생각하니까. 그럼 출산은 진짜 사랑의 다음 단계인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신랑님 닮은 엉뚱한 아들 낳아 보고 싶다는 호르몬적 반응이다.
호르몬과 감정을 배제하면 딱히 결혼해야 할 필요도 없지만 내 생각은 그랬다. 내 20대, 사람 만나고, 사귀고, 이래저래 싸우다가 헤어지는 것 반복하고 싶지 않다. 좋은 사람 만났고, 둘이서 같이 지내는 방법이 결혼이라면 그거 종이 하나 사인하는 거 뭐 힘드냐. 사인한다. '나중에 후회하면 어째'... 이건 내 스탈 아니니까 내 판단을 믿고 사인한다.
배고픔이나 졸림 역시 그저 생물학적인 욕구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매일 밥을 먹고 매일 매일 잠을 잔다. 나에게는 사랑, 혹은 삶을 나누는 사람 역시 생물학적인 욕구이며, 그것을 배제하기 보다는 매일 매일 결혼생활로 욕구를 충족한다. 사실 배제한다 해도 미친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에게 결혼은 마음 맞는 룸메이트 조달 개념이었으니까.
퇴행이라 해도 좋다.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톱니바퀴라고 해도 좋다. 난 지금 현재로 행복하고, 바꾸고 싶은 것은 없다. 결혼이라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 비슷한 다른 것을 택했을 것이다. 삶의 더 큰 것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무리 중차대한 일을 하는 사람도 밥은 먹어야 하는 법이다. 나에게 결혼은 그렇다. 먹고, 자고, 숨쉬는 것처럼 포기할 수 없는 삶의 부분.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도 많고 목표도 많겠지만 세계평화를 위해서 싸우러 나가는 아침이라 해도 늦잠자는 신랑님 옆에 쏙 들어가서 다리 척 걸치고 시비를 걸어야 한다. 당신은 영양가 많은 아침을 먹어라. 난 매일매일 적당량의 염장비타민 먹어야 한다.
*************닭살 경고*****************
난 참 일찍 결혼했다. 79년 생인데 2002년에 결혼했으니까 만으로 스물 셋이었고 결혼을 결정했을 때에는 만으로 스물 둘이었다. 이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묻는다면 '사랑의 완성 = 결혼'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도 아니고 (벌써 살림 차리고 살고 있었다 뭐-_-) 어찌어찌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가 정답인데 -
(아버지도 블로그 보실 텐데 좀 뭐 하지만 결혼한지 오년 됐으니까 혼나진 않을 거라 믿고 -_-)
1. 요하네스버그에 일 시작하면서 지낼 곳이 필요했다.
2. 신랑님을 이 때 만났는데, 아주 가까운 곳에 지낼 곳을 갈켜 주겠다고 했다.
3. 알고 보니까 지도 살고 있는 집이다 *ㅡ0ㅡ*
4. 양파는 남친이 있었으나 어찌어찌하다가 신랑님이랑 사고치고 그 담날 남친 찼다. 좀 잔인했다. 인정한다.
5. 같은 집에서 방만 따로 쓰다 보니까 세 달 정도 후엔 거의 신랑과 동거 비슷하게 됐다.
6. 그러고 보니까 좀 좁은 것 같다. 좀 더 큰 아파트를 얻어 이사했다. (이삿짐은 차 한 대로 끝이었다. 핫핫.)
7. 어쩌다가 보니까 어무니 아버지가 사는 집 보러 온다고 한다 -_- 남자랑 같이 산다는 말 어예 하냐. 집에서 쫓겨나.....(ㄹ 만큼 보드라운 성격은 아니지만) 부모님한테 무쟈게 잔소리 들을 거라고 신랑한테 말했다. 어쩌면 발모가지 부러지고 머리 삭발당하고 (제일 중요한 건) 차 뺏길지도 모른다고 했다.
8. 신랑님이 걍 결혼하면 되는 거 아니냐 하고 물었다.
9. 그런 걸 심각하게 생각하는 나라면 머 좀 난리를 쳤겠지만 생각해 보니까 결혼한다고 큰소리 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엄마한테 결혼한다고 했다.
10. 어째어째 결혼하고 나니까 예전에 살던 대로 살 수 있게 됐다.
1-8까지 4개월이 걸렸고 -_-;
9-10까지 5개월 걸렸다. 그런데 아직도 궁금하다. 엄마 아빠 진짜 몰랐을까? 냐하하.
오년 지났는데 아직도 사랑하냐구?
사랑의 모습은 변한다. 더 이상 신랑님 자는 얼굴 보고 '이쉑 진짜 예쁜 거 아니냐' 하고 감탄하며 몇 시간씩 쳐다보진 않는다 (...-_-). 가슴이 마구마구 두근거린다던가 사랑이 끝날지 불안하다던가 그런 마음도 없다. 그렇지만 아침에 늦잠자는 신랑위에 슬쩍 겹쳐 누워서 괴롭히기를 아직 좋아하고, 같이 일하는 사무실에서는 '빈 방에 가란 말얏' 욕 먹어 가면서도 난 두 시간에 한 번은 부비부비 받아야 정서 안정이 된다고 우긴다. 쇼핑몰 걷다가 가끔씩 '아니 저 잘난 남정네 누구야' 하고 혼자 흐뭇하게 웃는다 (미친년 맞다).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던지, 결혼이 답답하다던지 생각해 본 적은 맹세코 한 번도 없다. 몇 번 내가 기분 안 좋은 때라서 몇 시간씩 토라진 적은 있지만 (그것도 일년에 서너번 정도) 목소리를 높이고 싸운다던지, 싸우다가 서러워서 울었다던지 한 적은 없다. 주말이면 아침에 눈 뜬 시간부터 브런지, 쇼핑, 커피숍에서 같이 커피하면서 공부 등등 하루 종일을 같이 보내고, 주중에도 같은 사무실에 일하면서 저녁에는 독일어 클래스 등등 같이 다니지만 지겹다거나, 다른 사람과 어울렸으면 하는 마음은 없다.
결혼은 미친짓인가? 난 결혼의 개념을 잘 몰랐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결혼했다고 정의하기가 힘들다. 만약 신랑을 지금 만났으면 결혼을 망설였을지 모른다. 그 때는 '그냥 이대로 살 수 있을 거'니까 결혼했고, 지금 돌아보면 참 조용하고 안정된 나의 20대가 결혼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진다.
5년이 지났다. 친정의 무지무지한 압박도 있지만, 신랑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이를 낳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호르몬의 변화 때문일 거다. 어렸을 때엔 내 아이 낳지 말고 입양해야지 생각했던 마음이, 이제는 '나와 신랑의 아이'와 다른 사람의 아이가 어떻게 같겠느냐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이거 생물학적이다. 지금 우리 둘도 딱 좋지만, 신랑 닮은 꼬마 아이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다고도 하고, 돈도 많이 든다고 하지만, 그건 '왜 결혼하냐'란 질문처럼 별 의미가 없어졌다. 그렇게 호르몬에 변하는 거다. 주위 친구들도 돌아보면 애 땜에 힘들어 죽겠다. 돈도 많이 들어 미치겠다 투덜투덜 하다가 '그럼 애 취소할래?' 하면 절대 아니라고 우긴다. 변한 거다. 생물적인 본능에 진 거다.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도 다 아이 낳아야 한다고 믿는다. '철 들면' 그렇게 되는 거라 생각하니까. 그럼 출산은 진짜 사랑의 다음 단계인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신랑님 닮은 엉뚱한 아들 낳아 보고 싶다는 호르몬적 반응이다.
호르몬과 감정을 배제하면 딱히 결혼해야 할 필요도 없지만 내 생각은 그랬다. 내 20대, 사람 만나고, 사귀고, 이래저래 싸우다가 헤어지는 것 반복하고 싶지 않다. 좋은 사람 만났고, 둘이서 같이 지내는 방법이 결혼이라면 그거 종이 하나 사인하는 거 뭐 힘드냐. 사인한다. '나중에 후회하면 어째'... 이건 내 스탈 아니니까 내 판단을 믿고 사인한다.
배고픔이나 졸림 역시 그저 생물학적인 욕구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매일 밥을 먹고 매일 매일 잠을 잔다. 나에게는 사랑, 혹은 삶을 나누는 사람 역시 생물학적인 욕구이며, 그것을 배제하기 보다는 매일 매일 결혼생활로 욕구를 충족한다. 사실 배제한다 해도 미친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에게 결혼은 마음 맞는 룸메이트 조달 개념이었으니까.
퇴행이라 해도 좋다.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톱니바퀴라고 해도 좋다. 난 지금 현재로 행복하고, 바꾸고 싶은 것은 없다. 결혼이라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 비슷한 다른 것을 택했을 것이다. 삶의 더 큰 것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무리 중차대한 일을 하는 사람도 밥은 먹어야 하는 법이다. 나에게 결혼은 그렇다. 먹고, 자고, 숨쉬는 것처럼 포기할 수 없는 삶의 부분.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도 많고 목표도 많겠지만 세계평화를 위해서 싸우러 나가는 아침이라 해도 늦잠자는 신랑님 옆에 쏙 들어가서 다리 척 걸치고 시비를 걸어야 한다. 당신은 영양가 많은 아침을 먹어라. 난 매일매일 적당량의 염장비타민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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