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만담 - 간 작은 남자

신랑님은 6년 동안 사귄 여친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남친 길 잘 들여놓은 이 여친 참 좋아한다. 유부남이 괜찮은 이유가 아내한테 호된 훈련을 받아서라는데, 이 여친 내 할일 다 끝내놓고 보내줬다. 나중에 만나면 커피 한 잔 사줘야지 -_-

하여튼, 시어머니도 꽤나 엄하신 분이었기 때문에 신랑은 의외로 아주 간이 작다.

오 년간 같이 살아본 결과 신랑은

1) 소리 지르면 고집 떼쟁이 모드로 들어간다.
2) 그러나 아무 말 없이 화도 내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무지하게 불안해한다.
3) 내가 갑자기 이것 저것 치우기 시작하면 완전 노이로제에 걸린다.

냐하하하.

(얼마나 지저분하게 사는 뇬이면 조금만 치워도 신랑이 신경불안증세를 보여 -_- 라는 태클은 사양하겠다)

어지르고 사는 나이긴 하지만 이번 연휴 때문에 일하는 아줌마가 무려 4일째 안 오신 집이 조금 더러워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라틴어 과제 하는 것도 지치다보니 한 이십분간 이것 저것 치우기 시작했다. mp3p 귀에 꽂고 암말 없이 이것 저것 치우기 시작하니까 신랑님 좌불안석이다. 날짜를 세어보니 생리 전 위험한 기간도 아니고, 딱히 뭐 잘못한 것 없지만 양파가 빈그릇을 수거하는 모습은 무지하게 테러스럽다.

날 힐끔힐끔 바라보는 꼬라지가 귀여워서 컵을 씻기 시작했다. 신랑님 당장 일어선다.

신랑: 자, 자갸, 차 끓여줄까?
양파: 아니. 됐어.
신랑: 근데 자기 왜 자기답지 않게 치우고......아잉.
양파: 더럽잖아.
신랑: 아니 왜 무섭게 행주를 들고 그래.
양파: -_-; 니 하던 일이나 해.
신랑: 으응. ㅠㅠ

한 이십분간 청소 끝내고 자리에 앉으니까 신랑 또 힐끔거린다. 정말 얘가 괜찮은 건지 확인한다. 솔직히 그러다가 폭발한 적도 없고, 내가 신랑보고 치우라고 잔소리 한 역사도 없는데 (똥묻은 개가....) 두 여자에게 훈련을 충실히 받은 신랑님은 '치우는 여자'만 보면 자동반응이다. 예전 여친하고 사귈 시적에 그 여친이 해외로 일주일 여행간 동안 수건 여기 저기 떨어뜨리면서 놀았단다. 물 뚝뚝 흘리면서 집안 마구 걸어다니다가 젖은 수건을 거실 한 중간에 휙 던지고 히히 거렸다던가 -_- 정신연령 하고는.

30분 후

신랑: 아이, 일곱시인데 배고프지 않아?
양파: 아니.
신랑: (왜 무섭게 말 뚝뚝 자르고 그래 ㅠㅠ) 그, 그럼 언제 배고파질 것 같애?
양파: 몰라. 여덟시?
신랑: 뭐 먹고 싶어?
양파: 어차피 해 먹을 거 삼센티 공포 스테이크랑 샐러드 거리 밖에 없잖아.
신랑: ......고추장 소스 뿌려줘?
양파: 배 안 고파.
신랑: 그, 그럼 제가 밥 할 게요 나중에 드시고 싶으시면 좀 드세요 ㅠㅠ
양파: 앙.

히히히.

신랑아 신랑아. 남자가 글케 간이 작아서 어째 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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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on | 2007/04/09 15:35 | married life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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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늘꽃 at 2007/04/09 20:42
+ㅁ+b 그 옛 여친 최고네요...... 어떻게 길을 들였길래... 와....... 좋구만요~
Commented by 치열한양군 at 2007/04/09 21:02
이건... 폭력입니다... ㅡㅡ; 저도 와이프가 입 꾹 다물고 이것저것 하면 편치가 않아요.
Commented by 시리오르 at 2007/04/09 21:24
...조교당한 남자의 최후인가요...으아악~양파누님 악녀!
Commented by Lee君 at 2007/04/09 23:26
뭔가 무섭....;
Commented by onion at 2007/04/10 04:17
하늘꽃// 짱이라니까요. -_-b
치열한양군// 오호호호호 원래 잘 통하는 거였군요.
시리오르// 가정을 다스림에는 적절한 기교가...
Lee// 깍꿍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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