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랑이랑 헬스갔다. 신랑님은 웨이트를 한 번도 안 하셨고, 난 맨날 트레이너랑 해서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 짜는 건 좀 서툴렀다. 그래도 40분 동안 최대한 많이 시키자는 생각에 새로 산 웨이트 트레이닝 책을 사갔다. 10분 준비 운동 하고 나서 신랑은 화장실 잠깐 간다고 가고, 난 책에 코 박고 뭘 할까 고민하다가 휘리릭 둘러보고 어떤 기계를 해야 하나 체크하고 다시 책에 코박고 있었다. 얼마 후에 신랑님이 와서 말한다.
신랑: 야, 저 아저씨 너한테 작업 걸려고 하는 거 같던데.
양파: 응? 진짜?
휙 돌아봤다. 동양 남자다. 머리를 짧게 잘라서 군인 아저씨 같은 서른 초반이다.
양파: 설마. 동양 남자치고 나 좋다는 남자는 없었어 -_-;
신랑: 나 탈의실에서 나올 때 너 힐끔힐끔 보다가 슬슬 후까시 잡고 걸어가던데? 그러다가 내가 너한테 아는 척 하니까 들고 있던 아령 쾅 떨어뜨렸다고.
양파: (뭐야 난 하나도 못봤다고 -_-) 설마 -_-a 내 29년 인생 통틀어서 그런 일 정말 한 번도 없었어.
신랑: 또 쳐다본다 큭큭.
ㅡㅡa
그런데 정말 신랑 이거저거 하라고 시켜놓고 난 따로 운동하다 보니까 진짜 뭐 내 빚쟁이라도 되는 듯이 계속 힐끔힐끔 거리네. 이럴 때 보면 난 참 일찍 결혼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예뻐 본 적이 없으니까 남자가 날 쳐다보면 얼굴에 뭐 묻었나, 화장 밀린 거 눈치챘나 (...), 엉덩이 사이에 바지가 꼈나, 아니면 머리가 큰게 신기한가 등등만 연상한다. 신랑이랑 같이 있을 때 동양 남자가 쳐다보면 얘 또 양공주 머 그런 생각 하는 거 아닌가한다. 사실 동양여자 - 다른인종 남자 커플이면 나도 몇 번 쳐다보면서 말이지. (남아공이라 아직 별로 흔하지 않고, 그래서 촌스럽게 다들 쳐다본다 ㅋㅋ) 작업 거는구나 생각하는 건 백/흑인이 내놓고 작업 걸어야 알아채지 안 그럼 모른다. 뭐 그런 일도 별로 없는 편이지만 할튼. 그 상태로 연애 하려고 했음 참 힘들었을 듯.
몸무게가 사실은 55인데 52로 누가 봐줬다고 하자. 잘 모를만한 아저씨가 그렇게 말 하는 거랑 나와 비슷한 덩치의 여자가 말해주는 거랑 임팩트가 다르다. 예쁜 여자가 요즘 너 예뻐졌네 해주는 거랑 엄마가 너 예뻐졌네 하는 거랑 다르듯이. 그리고 난 평생 동양 남자랑 별로 운이 없었으므로 좀 군빠리 분위기 나는 아저씨라도 혹 작업 걸어주려 하셨던 거라면 백/흑인 남자 작업보다 훨씬 고맙다 히히히. 나 컴플렉스 있단 말야. (글구, 같이 머리 크고 다리 짧은 처지에 설마 나 머리 크다고 /다리 짧다고 쳐다본 건 아닐 거잖아. 이쁘다 까지는 안 바래도 아가씨 정도로는 보였으니까 그랬겠지??)
흑인 작업보다 백인 작업이 좀 더 기분 좋은 이유는, 흑인 아저씨들은 거리 지나갈 때도 휘파람 불고 헤이 시스터 어쩌고 한다. 백인들은 거리에서 그럴 일은 없다. 그러므로 흑인들이 모르는 여자에게 작업 거는 건 '걍 찔러보는 거'일 수 있으나 백인들의 작업은 보통 '작정하고 작업'이다. 뭔가 타겟해서 작업 거는 거니까 '만만해서 찔러보는' 기분은 좀 덜하다 이거지. 그런데 오히려 직장에서는 흑인들이 작업 거는 일이 별로 없다. 거리에서만 그렇다.
아참, 결혼반지의 위력을 잘 몰랐었는데, 한 번 결혼반지 안 끼고 출근 했다가 회사 식당에서 이십대 초중반 얼치기 프로그래머한테 작업 걸린 적 있긴 하다. 그래봤자 내가 작업 걸리는 건 백만년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므로 하고 싶었던 말로 넘어가서.
남자 입장에서 보면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접근해서 말을 걸어봐야 하는 거구나란 당연한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그러려면 자신감도 있어야 하고, 기본적인 용기도 있어야겠군이란 자각도 함께. '나 정도면 되지 않을까'하지 않음 그러기 힘들겠지. 만만해 보였다는 거, 여자들 입장에선 상당히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그래도 나름 마음에 들어서 조금 공도 들이며 접근 시도 해 본 거라면 그건 넘 잔인하게 거절하지 말아야 하나. 7년차 유부녀 아짐이 머 그딴 거 고민할 필요 있나. 하하.
마지막 뱀발.
신랑한테
여기 보여줬는데, 난 화장하니까 엄청 이뻐 보이는데 신랑은 화장 전이 낫단다. 화장 저렇게 하면 싸보인다나. 에이씨 내가 기술이 없어서 저렇게 못하지 할 수 있었음 한다 했더니 모른척 한다. 난 화장 후 사진이 나은데. 칫.
하기야 루시 리우가 이쁘다고도 하고, 작년
미스 유니버스 된 미스 저팬이 이번 미스코리아 이지선보다 훨씬 이쁘다는 놈이니까 내가 뭘 바라랴. 신랑님은 이지선이 더 이쁘다고 하는 것이 민족주의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다. 아니거든. 이하늬랑 이지선이 훨씬 더 이쁘거든.
이런 소리 들을 때마다 절실하게 느끼는 거.
1. 신랑 정말 보는 눈 없구나;; (신랑 플러스 눈 없는 백인 넘들!)
2. (그러므로) 나 진짜 안 이쁜 거구나 -_-;;; 이런 일 있음 그 뒤로 며칠동안 이쁘단 소리 들어도 찝찝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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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은 빠졌으므로 행복하다 ㅡvㅡ ==> 진짜 자랑하고 싶었던 거